살다 보면 내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노력이나 자리를 얄밉게 베끼거나 부당하게 흔드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 상대와 맞붙어 싸우지 않고도 가장 완벽하게 이기는 방법을 보여주는 시장 골목 국밥집 이야기와 칼 융(Carl Jung)의 통찰을 기록해 둔다.
— 『칼 융의 내면수업』 중에서
1. 10년째 되던 봄, 바로 옆 가게에 걸린 똑같은 간판
시장 골목에서 국밥집을 10년째 운영해 온 한 여성이 있었다. 처음 자리를 잡기까지 꼬박 8년이 걸렸고, 가게 앞에 손님 줄이 서기 시작한 것은 9년째부터였다.
그런데 10번째 해 봄, 바로 옆 가게에 똑같은 국밥 간판이 걸렸다. 같은 메뉴, 더 싼 가격, 심지어 비슷한 글씨체까지 베낀 그 가게 주인은 매일 문 앞에서 호객하며 손님을 가로챘다.
여자는 밤마다 분통이 터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옆 가게에 따지러 갔다가 발길을 돌리기도 했고, "나도 가격을 1,000원 더 내려볼까?"라며 밤새 계산기를 두드렸다.
2. 새벽 가마솥 앞에서 멈춘 손, 그리고 2년 뒤의 결말
그러다 어느 새벽, 여느 때처럼 가마솥의 사골 국물을 젓다가 그녀는 문득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서늘한 진실 하나를 깨달았다.
그날부터 그녀는 옆 가게 문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가격을 내리지도 않았고, 싸우러 가지도 않았다. 대신 남들보다 한 시간 더 일찍 새벽 시장에 나와 가장 좋은 소뼈를 고르고, 온 정성을 다해 사골을 더 깊고 진하게 고았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2년 뒤, 옆 가게는 스스로 문을 닫고 사라졌다. 여자는 그 사람과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그저 묵묵히 자기 일(본질)만 했을 뿐이다.
3. 칼 융의 통찰: "맞붙는 순간 나도 같은 자리에 주저앉는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융은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견딜 수 없이 미울 때, 그 미움은 내 안의 무언가를 비추는 거울이다." 옆 가게 사람이 그토록 신경 쓰였던 이유는 내 자리를 빼앗길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끌어내리는 사람과 똑같이 맞붙는 순간, 나 역시 내가 쌓아온 고도(高度)를 버리고 상대와 똑같은 진흙탕에 주저앉게 된다. 지금 당신을 흔드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을 이기려 에너지를 쓰지 말고, 당신의 가마솥을 더 깊게 끓이며 당신의 자리를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