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우연히 만난 필연의 책
회사에서 롤모델로 생각하는 동료 한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우연히 ‘컨셉수업’이라는 책을 빌리는 것을 보고, 마치 숨겨진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기분에 이끌려 곧바로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평생 IT 개발자로 살아온 저에게 ‘기획’과 ‘마케팅’은 낯설고 먼 세상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책의 서두를 읽으며, 현대 직장인들이 마케팅을 모르고 살아가는 현실과 은퇴 후 높은 자영업 실패율에 대한 글을 떠올렸을 때, 이 책이 단순히 기획자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제게 꼭 필요한 ‘지식의 지도’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고,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느새 기록의 필요성을 느껴 1장부터 다시 곱씹어보기로 했습니다.
1. 컨셉, ‘가치의 설계도’를 그리다
컨셉의 정의: ‘왜’라는 단단한 뿌리
책의 1장은 ‘컨셉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사전적 정의는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관점”. 이는 각기 다른 요소들을 하나의 줄기로 꿰어내는 일관된 힘을 의미합니다.
책에서 예로 든 비틀즈는 단순히 앨범의 음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인생 전부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음악계의 상식을 바꾸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이라는 컨셉으로,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이라는 컨셉으로 성공 신화를 썼습니다.
핵심은 컨셉이 ‘무엇을(What) 어떻게(How)’가 아닌 ‘왜(Why)와 무엇(What)’의 관계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 즉 흔들림 없는 ‘왜(Why)’가 중심에 있어야만 시대에 맞춰 ‘무엇을’, ‘어떻게’를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컨셉의 역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컨셉은 비즈니스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책에서는 세 가지 핵심 역할을 제시합니다.
- 명확한 ‘판단 기준’: 컨셉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우리는 비용이나 과거 사례 같은 객관적 수치에만 의존하게 되고, 결국 차별점 없는 저렴한 상품만 양산하게 될 것입니다.
- 조화로운 ‘일관성’: 명확한 컨셉이 없다면 결과물은 어딘가 조화롭지 못한 인상을 줍니다. 컨셉은 모든 요소에 일관성을 부여하여 고객에게 통일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 기꺼이 지불할 ‘대가의 이유’: 고객은 사물 자체가 아닌, 그것이 존재하는 의미에 돈을 지불합니다. 컨셉은 바로 그 ‘의미’를 포착하여 고객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이유를 만들어줍니다.
결국 컨셉은 건물을 짓기 전의 도면처럼, 모든 가치의 근거가 되는 **’가치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좋은 컨셉의 조건, 그리고 본질
그렇다면 좋은 컨셉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책에서는 효과적인 컨셉이 갖춰야 할 네 가지 조건과 함께, 컨셉이 아닌 것들을 명확히 구분하며 그 본질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 효과적인 컨셉의 4가지 조건
- 고객의 눈높이에서 썼는가?
-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디어가 있는가?
- 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가?
- 심플한 말로 썼는가?
중요한 점은, 컨셉이 단순히 ‘실체를 근사하게 전달하는 선전 문구’나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비즈니스의 ‘실체를 만드는 말’, 그것이 바로 컨셉의 본질입니다.
나가며: 개발자에게 ‘컨셉’이란
책을 읽는 내내, 이 모든 이야기가 제가 몸담고 있는 IT 개발의 세계와 놀랍도록 닮아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Why)’라는 명확한 컨셉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최신 기술의 나열이나 복잡한 코드의 집합을 만들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라는 흔들리지 않는 컨셉이 중심에 있다면, 모든 코드 한 줄, UI 디자인 하나하나가 그 목적을 향해 일관성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사용자가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가치’가 될 것입니다.
1장을 덮으며, 저는 단순한 지식을 넘어 비즈니스를 관통하는 단단한 기준을 얻은 기분입니다. 이제 저의 모든 프로젝트에 ‘컨셉’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합니다.
“We should be better for our childr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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