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질문을 던지고(2장), 고객의 마음을 읽고(3장), 미래의 비전을 그리며(4장) 차곡차곡 컨셉의 재료를 쌓아 올렸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이 모든 생각의 정수를 단 하나의 문장으로 벼려내어, 사람들의 뇌리에 다이아몬드처럼 박히게 만드는 과정이다. 5장은 이야기를 ‘부풀리는’ 작업과 정반대인, 본질만 남기고 모든 것을 ‘깎아내고 다듬는’ 연금술과 같은 기술을 알려준다.
Step 1. 의미의 뼈대를 세운다: 3점 정리법
모든 위대한 컨셉은 결국 “A(누가) B(무엇을 위해) C(어떤 역할)를 한다” 라는 단단한 뼈대를 갖는다. 저자는 이를 ‘고객’, ‘목적’, ‘역할’이라는 세 개의 점으로 의미를 명확히 하는 ‘3점 정리법’ 이라 부른다.
- A (고객/주어): 컨셉은 철저히 고객의 눈높이에서 시작해야 하므로, 주어는 언제나 ‘고객’이 된다.
- B (목적/동사): 고객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어 하는 ‘행동’ 혹은 ‘상태’를 동사로 표현한다.
- C (역할/명사):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제품/서비스가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를 명사로 정의한다.
이 3점 정리법은 흩어져 있던 생각의 파편들을 하나의 논리적인 구조로 엮어주는 강력한 출발점이다.
Step 2. 핵심에 집중한다: 목적이냐, 역할이냐
뼈대를 세웠다면, 이제 이 컨셉의 심장이 어디서 뛰는지 찾아낼 차례다. 우리가 제안하는 “새로운 의미”의 핵심이 고객의 **목적(행동의 변화)**에 있는지, 아니면 우리가 맡은 **역할(새로운 카테고리)**에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컨셉이 ‘무엇을 하게 하는지’에 집중할 것인지, ‘스스로를 무엇이라 부를 것인지’를 선택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Step 3. 날카롭게 벼려낸다: 두 개념 조합의 법칙
마지막 단계는 문장을 조각칼로 다듬듯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두 단어 이내” 라는, 지키기 어려워 보이지만 강력한 원칙을 제시한다.
왜 하필 두 단어(두 개념)일까? 이는 인간이 한 번에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는 개념의 한계가 보통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개념이 더해지는 순간, 컨셉의 초점은 급격히 흐려지고 정밀함은 사라진다.
더 나아가, “모든 혁신은 기존에 있던 개념들의 새로운 조합”이라는 통찰과도 맞닿아 있다. 세상에 없던 완벽한 새로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조차 결국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두 개념의 창의적인 곱셈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 스마트 + 폰, 공유 + 경제)
뇌리에 박히는 핵심 문구의 3가지 유형
이렇게 벼려낸 핵심 문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 목적형: 고객의 ‘새로운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ex: “손안의 PC”, “음악을 소유에서 경험으로”)
- 역할형: 제품/서비스의 ‘새로운 역할’을 정의하여 카테고리를 창출한다. (ex: “제3의 공간”, “가장 스마트한 비서”)
- 연결형: 목적과 역할을 함께 제시하여, 새로운 카테고리를 대중에게 친절히 설명할 때 사용한다. (ex: “10분 만에 끝내는 즐거운 영어 회화(역할), 매일의 습관 만들기(목적)”)
여기에 저자는 연상법, 우연법, 유의어법과 같은 표현 감각을 기르는 훈련법과, 혁신화법(A를 B로), 비교강조법(A보다 B) 등 즉시 활용 가능한 10가지 기본 구문까지 제시하며 독자들이 막막함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다.
‘컨셉수업’ 여정을 마치며: 새로운 관점을 선물해 준 책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지난 여정을 돌아본다. 오직 기술과 논리만이 전부라 믿었던 ‘공대 테크트리’의 삶을 살아온 나에게, ‘컨셉수업’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운영체제(OS)를 설치해 준 것과 같다.
막연했던 아이디어를 날카로운 질문으로 꿰뚫고(2장), 고객의 숨겨진 욕망과 공감의 스토리로 엮어내고(3장),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며(4장), 마침내 이 모든 것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결정화시키는(5장) 과정은 그 자체로 지적인 희열을 선사했다.
책의 내용을 단순히 눈으로 읽는 것을 넘어, 필사하듯 기록하며 따라온 시간은 지식이 머리에 머무는 것을 넘어 가슴과 손에 새겨지는 경험이었다. 앞으로 내가 마주할 모든 문제와 아이디어 앞에서, 나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는 ‘컨셉’이라는 강력한 나침반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글을 혹시라도 보게 될 누군가에게도, 꾸준히 기록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주는 보상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We should be better for our childr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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